1. 클래식 클라우드 <헤밍 웨이> 한 줄 후기
책 <헤밍 웨이>는 헤밍 웨이가 남긴 족적과 상징성을 그가 남긴 유산과 장소를 통해 들여다 보는 한 권의 여행이었다.
2. <헤밍 웨이> 속 상징 해석
1) 헤밍웨이의 상징 1. 남근주의, 하드보일드 실존
헤밍웨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격정', '혈루', '욕망' 등으로 응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개인이라는 삶이 모두 그러하듯이 한 단어가 헤밍웨이의 삶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본 책을 통해 헤밍웨이의 삶을 단편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를 생각하고 떠올리며 읽었고, 그 중에 대표성을 띤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글을 조잡하게나마 정리했다.
'헤밍웨이'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바로 '희고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주름 가득한 얼굴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띄운 채, 낡은 펜을 쥐고 무언가 열심히 써내려 가는 백발의 노인'일 것이다.
헤밍웨이의 흰 수염과 팔 가득히 수북히 자라난 털들이 우리의 고정관념을 대변하듯이, 헤밍웨이는 스스로 '남성성'이 강조된 삶을 살아가려고 정말 무진장 '노력'했다. 여성성과 대치된 남성성을 스스로 형성 및 구축해냄으로써 19~20세기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고착화된 성의식에 기대어 인기를 얻은 적도 있었고, 라이벌이었던 피츠제럴드를 '계집애 같은'이라고 표현하며 비꼼으로써 스스로를 남성성의 선두주자이자 그 자체로 왜곡시켰다. 실제로 헤밍웨이가 그랬는지는 확언할 수 없으나 그가 남긴 작품 『여자 없는 남자들』, 『파리는 날마다 축제』, 『무기여 잘 있거라』, 『태양은 다시 뜬다』를 통해 그의 사상을 추정해 볼 때 헤밍웨이가 등장시켰던 모든 인물들은 실제 그가 경험했던 주변의 인물들의 반영인 경우가 많았고, 온갖 고초와 시련을 겪고 '당시 사회적으로 용인되던 남성성'의 지위를 획득한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여 나타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품 속 헤밍웨이로 추정되는 인물은 헤밍웨이가 해당 작품을 집필하던 과정에서 조우했던 인물과 사건, 그리고 습관까지도 함께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헤밍웨이의 작품세계는 '남근주의'가 지배한다고 거론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의 남근주의 사상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 오늘날 일상적 감정이입의 수준으로 본다면 헤밍웨이는 차별적이고 전통주의적인 성의식에 고착화된 '꼰대'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당대 상황과 헤밍웨이의 성장배경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때 우리는 보다 포괄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헤밍웨이가 살아가던 19~20세기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듯 격동의 시대였다. 세계대전을 비롯한 전쟁과 학살, 범죄, 그리고 사회변동이 극심했던 시기였고 그만큼 변화를 부르짖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역으로 그에 걸맞는 사상과 의식의 전환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모종의 열등의식이나 자괴감을 주기도 한 시대였다. 특히 헤밍웨이는 엄격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하며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로부터 끊임없는 청빈과 정결을 강요받아야 했고 심지어 자신의 누나와 똑같은 옷을 입으며 성장하면서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다. 이로 인해 헤밍웨이는 사춘기 이후 어머니를 극도로 증오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줄 여인을 찾아 방황하기도 하며, 타국(특히 파리, 스페인, 쿠바)으로 떠나 새로운 예술의 경지를 맞이할 때까지도 고전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당시 시대적인 배경과 어렸을 적의 극단적인 억압, 혼란이 헤밍웨이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은 그에 관련된 실증적 자료를 통해 보았을 때 거의 결정적이라고 할 정도로 크다. 헤밍웨이를 대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나, 우리는 헤밍웨이 작품에 담긴 남근주의적 세계관의 배경을 다만 이해하고 볼 필요성은 있다. 헤밍웨이의 남근주의는 백민석 작가 스스로도 오늘날 입장에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남근중심주의 역시 헤밍웨이가 남긴 미학적 유산"이라며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라고 지적했다.
"그 여자 없는 남자의 색깔, 톤이 바로 하드보일드다. 범죄 소설이나 영화에서 여성의 역할을 대체로 사랑, 동정심, 친밀함, 슬픔, 자비 같은 감성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여성에게 주어진 고착된 역할이다. 하드보일드는 여성에게 고착된 역할밖엔 주어지지 않은 세계에서 울려나오는 남성의 목소리다. 남근중심주의 역시 헤밍웨이가 남긴 미학적 유산이다. 주로 남성 작가들이 그에게 영향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남성들이 모두 남근중심주의자일 정도로 크게 멍청하지는 않아서 많은 남성들 역시 헤밍웨이가 갖오하는 남성성을 불편하게 여기고 탐탁잖아 한다."
- 백민석의 <헤밍웨이> 중에서.
현재 오늘날 우리가 감정이입적 역사이해(맥락적 감정이입)를 통해서 바라볼 수 있는 헤밍웨이의 세계관은 남근주의 뿐만이 아니다. 그 자체가 남근중심주의자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2) 헤밍웨이의 상징 2. 격정의 노래, 불굴의 투지
헤밍웨이는 마조히스트(Masochist)적 기질을 보이는 것 같다는 말이 설득될 정도로, 온갖 고초에 자발적으로 직접 뛰어들어 자신의 황야 속 정원을 만들어 나갔다. 제 1·2차 세계대전은 물론, 스페인내전과 한국사에서도 익숙한 중일전쟁(1937)에도 참여하여 부상을 입고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산 페르민 축제 속 투우 경기에도 열광적으로 심취했다. 그는 모든 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녹여내려고 노력했으며, '경험을 글로 쓴다'는 측면보다는 '글을 쓰기 위해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착실히 노트와 펜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 헤밍웨이가 그토록 격정적이고 자극적인 대상에 몰두했던 건 어렸을 적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나와 동등한 성 정체성을 띠고 규격화된 프로테스탄티즘 사회에서 살아가야했던 자신과 자신 내부에서 일어나는 욕망 사이의 괴리가 그에게 열등의식을 불어넣고, 그렇게 쌓인 열등의식은 점차 작가로의 길과 해소되지 않아 박제된 욕구가 되어 그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격정적이고 불굴의 투지를 늘상 노래하고 다녔던 헤밍웨이는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사냥을 좋아해서, 웬만한 것에 상처를 입어도 끄떡없던 사내였던 동시에, 라이벌인 피츠제럴드를 어떻게든 누르고 자신이 우월하다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전쟁 중 응급후송차 운전병이었던 자신을 특급 무공을 지닌 전투용사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몇 백개의 쇳조각 파편이 다리에 박히는 상처를 입고도 전우를 부축하여 구해낸 사실은 그가 지닌 용기 자체는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헤밍웨이는 우리가 알던 '거구의 남근중심주의적 소설가'라기 보다는 '인정욕망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방황했던 한 사람'이자 '자국의 경계를 넘어 카페 셀렉트에서, 거투르드 스타인의 살롱에서, 쿠바 아바나에서 조국을 스스로 만든 최초의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이었다. 그가 최초의 코스모폴리탄이었다는 점은 그가 미국을 떠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작품활동을 했다는 사실 뿐 아니라 『노인과 바다』를 쓰고 나서 받은 노벨 문학상 메달을 쿠바에 기증한 사례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3) 헤밍웨이의 상징 3. 결핍
격정 다음이 결핍이라니. 솔직히 이해가 안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헤밍웨이는 적어도 그 격정만큼이나 '결핍'에 녹아들어 살았던 사람이다. 단지, 그 결핍이 물질적 결핍은 아니었지만. 헤밍웨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가난하지만 패기있는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미국의 부유한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 작품활동을 하기 전에도 부족함 없이 살았고, 작품활동을 하면서 역시 부유한 여성들과 교제하며 속히 이야기하는 '돈 걱정' 없이 살았다. 그러나 헤밍웨이는 늘 내적 결핍에 절어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의 애정결핍, 소속결핍 등이 그를 작품속으로 추동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삶의 수렁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이는 그의 말년 베네치아에서의 작품활동 실패와 정신병원에서 1961년 자살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백민석 작가는 여기서 심리학자인 에밀 뒤르케임의 '자살의 전염성 이론'을 전거(典據)하며 헤밍웨이의 자살 원인을 분석하고 있지만 사실 그의 자살 자체보다는 그가 살았던 내적 결핍의 인생이 꽤나 일반 독자들에게 더 울림으로 다가올 것 같다. 우리들 역시 모종의 내적 결핍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단지 그에 관한 주관적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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