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은 어떤 책인가?
"브랜딩이란, 리더가 품고 있는 질문과 철학을 조직내에 공유하고 고민하는 문화를 만들어감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강민호,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턴어라운드, 44p.
브랜드 마케터. 뭔가 거창하면서도 꼼꼼하게 짜여진 단어지만, 책에 따르면 사실 이 단어의 수식대상이 '자기 자신'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친화적이다. 우리가 흔히 '브랜드(Brand)'라는 개념을 떠올리면 나이키(NIKE), 몽블랑(MONT BLANC) 등 우리의 인지적 도식을 지배한 일류기업들의 네이밍을 가장 먼저 기억속에서 인출하겠지만, 사실 브랜드는 몇천만 직원을 아우르는 기업처럼 거창한 개념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 만큼 단선적인 속성을 가진 단어도 아니다.
기본적인 브랜드 및 브랜딩(Branding) 개념의 제시와 더불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자가 브랜딩(Self Branding)'은 자기 자신을 1인 기업처럼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도록 프레이밍(framing)하거나 자신이 원하면서도 책임있는 역할을 감당해내도록 자신을 스스로 변모시키는 과정과 결과 모드를 통칭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브랜딩의 선결조건 2가지는 '진정성'과 '공유'인데, 이는 자가 브랜딩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을 변모시켜 누군가에게 어필하거나 호소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기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갖추고 이를 합리적이면서도 직감적인 과정으로 변화시켜야하는데, 여기서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 '진정성'이다. 변하고 싶다고 바라기만 한다고 해서 자신이 설득되는 건 아니다. 자신이 과연 그 이미지로 변화되는 것을 원하는 지, 그리고 그에 헌신할 수 있는지, 실제로 헌신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진정성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관건이 된다. 또한 공유는 내부적으로 자신을 설득시켰다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호소력을 인정받는 과정이다. 한마디로 '나 이런 사람이에요. 여러분에게 이러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피력하고 언급하는 일이다. 이 두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 셀프 브랜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개인적인 생각
우리는 분명 소속되어 살아가지만, 자기 자신이 브랜드가 되어 살아갈 때 그 어떤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책임있게 행동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에리히 프롬은 자신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이렇게 밝혔다.
"대부분 젊은 이들은 '~로부터의 자유'를 구가하기는 했지만, '~를 향한 자유'로의 도약을 이루어내지는 못했다. 제한과 의존에서 자유로워지려는 소망 말고는 자기들이 향해야 할 아무런 목표도 추구하지 않은 채, 오로지 반항만 한 것이다."
셀프 브랜딩의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이다. 자기 자신에게 일할 것을 명령하고 휴식할 것을 종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독립적인 자아로, 셀프 브랜드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워라밸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사회의 일면을 바라보면 워라밸은 다소 '과중한 업무'에 눌려온 자들의 분노와 불만에 의해 점철된 나머지 지나치게 '라이프=쉼'으로 단정되고 '워크'는 생략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과 삶의 공존 속에 존재하는 여백이지, 이 두 가지 항목이 각자 독립적으로 존재한 채 남은 공백의 상태가 아니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는 일과 삶을 둘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는 것이다. 일과 삶을 분리하는 것만큼 불행해지는 일도 없을 것 같다.
"지금 서 있는 바로 그 자리, 그 위치가 정확히 당신이 있기로 선택하고 결정한 그 장소입니다."
-강민호,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턴어라운드, 44p.
책의 내용을 셀프 브랜딩화(化) 시켜서 읽다보니 아무래도 책의 내용 자체가 실존주의적 맥락과 결부되어 머리 속에 인지되는 느낌이 든 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보니, 책 속에 주옥 같은 문장과 글귀 중에도 위 인용구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실제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철학자 중 한 명인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의 단발마 외침과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는 외부적 상황인 전쟁 마저도 자신이 '선택'함으로써 '결정'했다는 냉정한 실존주의적 사고를 통해 가장 주체적인 실존주의 철학을 전개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모든 원인을 자기 자신의 선택에 맡김으로써 다소 무겁고 차갑긴 하지만 개인 내부에 존재하는 최대의 의지를 끌어내고 니체가 이야기한 '권력에의 의지'를 통제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활자를 씹어 소화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과 맥락이 자연스럽고도 주체적으로 다가온다. 저 문장에서 나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드비어스 브랜드의 슬로건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A Diamond is forever).'이다. 짧은 후기를 한 가지 브랜드의 슬로건으로 마무리 해보려고 한다. 이 브랜드 슬로건으로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 되었고, 20세기의 획을 긋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거듭났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 슬로건을 통해 드비어스는 90퍼센트 이상의 브랜드 인지도를 획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원래 극소수의 상류층들이 약혼 또는 결혼 시 주고받던 다이아몬드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잡게 된다.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으로 사람들의 낭만의 결합체라고 불리는 '영원성에 대한 갈망'을 해소시키는 대상으로 변모했다. 이처럼 어떤 대상은 단정적이고 확고한 이미지를 띠는 것이 아니라 내가, 또 어떤대상이 어떤 시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가변적이고, 잠정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도 지금 자신의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어떤 점을 부각시키고 어떤 점을 감추어 자신의 이미지를 브랜딩할 것인지 판단하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점 역시 나로부터 출발이라는 건 잊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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