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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기주, 『글의 품격』, 글에도 품격이 존재한다.

by 동쌤의 소셜머니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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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품격-책추천-책리뷰-서재-이기주

무언가를 새롭게 움켜쥐는 것보다

손에서 놓아버리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어느새 그것이 일상에 스며들어

내 삶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이기주, 『글의 품격』, 황소북스, 2019.

글의품격-책추천-책리뷰-서재-이기주

이기주 작가의 세 번째 작품, 『글의 품격』. 언어를 매만지고 조립하며 이리저리 굴려 감정을 담은 생명체로 만드는 이기주 작가의 통찰은 꽤 매력적이다.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에 이은 '글쓰기'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 말에도 품이 있고 글에도 격이 있다고 믿는 이기주 작가의 따뜻한 배려 담긴 시선이 책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대부분 이기주 작가가 소재로 삼는 주제들은 '상실'과 '회복'이라는 큰 타이틀과 관련되어 있다. 전자의 경우 연인과의 결별이라는 통속적이고 일반적인 주제는 물론 '가족'이라는 가장 기초적이고 근원적인 감정의 조직에 대한 통찰도 깊은 사유의 바다에서 건져낸다. 특히 이기주 작가의 글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머니'라는 존재는 이기주 작가가 사유를 전개하는 발판이자 말 그대로 모태(母胎)이기도 하다.

 

어머니를 통해 따뜻한 과거의 기억과 아픔에 몸서리쳤던 지난날을 되새기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가족애를 바탕으로 '지금'이라는 역사의 현장을 더듬고 맥락을 읽는다.

위에서 언급된 인용구는 '새로운 상실'과 '예정된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나의 지금을 되돌아보게 했다. 이기주 작가는 저 글을 방 정리 하면서 느낀 점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 같은데 나도 역시 최근 부대이전을 하면서 방 정리 와중에 느꼈던 여러 감정들이 인용구에 고여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도 그렇고, 이기주 작가도 그렇고 '함부로' 무엇을 버리거나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모종의 부담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내가 애착을 형성해 온 어떤 대상, 내가 아끼고 사랑해 마지 않던 대상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혹은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고 상실해야 한다는 사실은 더없는 부담과 후유증을 남긴다. 하지만 그 다음의 조치에 대해서도 이기주 작가와 생각은 동일하다. '어떻게든 나아가야 한다'는 것. 당장은 상처가 깊고 아프겠지만 우리는 더 잃지 않기 위해, 혹은 덜 잃기 위해 나아가야 하고, 인연이든 물연이든 만나게 될 것은 결국 접점을 찾아 만나게 된다는 것.

 

운명론적인 시각이 아니라 연(聯)의 순리가 그렇다.

더 좋은 것을 움켜쥐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놓아버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의 품격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품격을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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