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필요한 사람인가> 한 줄 후기
앞장 서서 등불을 치켜든 사람의 등에는 수많은 화살이 꽂혀 있기 마련이다. 진실의 문을 열기 위해서느 수많은 반대를 무릅써야 한다. '침묵은 동조'라는 주장에 떠밀려 없는 용기까지 쥐어짜야만 옳은 것인지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용기와 비겁 사이를 갈등하는 우리에게 그라시안은 조금 다른 위안을 전한다. 섣불리 스스로를 던져 항거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귀담아 들으면서 자신의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때에는 이해할 만한 사람에게 전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용감하되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2. 총평
"나 이외에 내 삶을 책임져 주거나 완전히 이해해 줄 사람은 없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삶을 전적으로 책임지거나 이해해야 할 의무는 없다."
우리는 짧지만 오랜 세월 동안 마치 격언처럼 굳어버린 말을 교정(校庭) 반석에 새긴 글귀처럼 들어왔다. 살아가면서 깨닫는 삶의 이치이지만 상당히 냉정함이 서려있는 말이기에, 어린 나이에 듣기엔 이해는 커녕 말의 온도가 너무도 차가워 닿기조차 꺼려지는 말이다. 하지만 삶 속의 많은 장애물과 싸워나가면서 그 말을 오히려 곱씹어 볼 때, 우리는 차가워보이는 말의 온도 속에 따뜻하게 피어나는 자기애를 느낄 수 있다. 『필요한 사람인가』는 이와 유사한 맥락의 물음에서 출발한다. "과연 당신은 '필요한 사람'인가?"라는 당돌하고도 직설적인 어조로 상처로 점철된 우리 삶의 궤적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또한, 발타자르 그라시안과 같은 역사 속 자기계발가들의 말을 차용해 언급함으로써 우리가 하는 고민은 다만 우리의 고민이 아님도 잊지 않고 전해준다. 책 속에서 말하는 '필요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쓸 모가 있는- 흔히 유능한, 사회적인, 신속정확한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용어-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를 느끼도록 만드는 사람인지를 묻는 표현이다. 사회적으로 유능하거나 인정받는 사람도 단순 직업에 대한 필요가치 이상을 느끼도록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필요한 사람'은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치환되지도 않는다. 종합해 볼 때, 책에서 말하는 '필요한 사람'이란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별개로, 살아가는 데 생각나고 필요한 사람'. 혹은 '고마운 존재가 아닌 기대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한다. 기대는 오랫동안 기억되지만 감사의 마음은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보다는 '필요한 사람'이 되는 방향이 지혜로운 사람이 택하는 길임을, 책은 암묵적으로 제시한다.
책의 구성(목차)은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한 단계적 조치와 같다. '어떻게 나를 지켜낼 것인가'에서 시작해, '어떻게 세상과 조화를 이룰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거쳐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이르는 길을 목차로 제시한다. 내가 우선 실존해야만 남을 돌아볼 겨를이 있으며, 남을 돌아보고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서 살아가며 완전한 실존감을 누릴 수 있다고 책은 목차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마치 뻔하디 뻔한 자기계발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반추하게 함으로써 책은 틀에 박힌 조언서 혹은 지침서 이상의 빛을 발한다.
책에서 가장 공감이 될 만한 부분은 '나는 이만한 사람이 맞습니다.'와 '내 일만 보는 사람에겐 내일이 불안하다'라는 파트였다. 읽으면서 나 뿐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사회조직에 속해 전격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기 시작하면, 마치 일과 상급자에 속박되어 버리는 자신을 마주할 때가 있다. 특히 상급자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면 결국은 좌절과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근거없는 두려움은 우리를 더욱 옥죈다. 나도 그랬다. 군생활을 할 때, 청운의 꿈을 안고 육군 소위로 임관해, 처음 부임을 하게 된 곳은 야전의 대대가 아닌 사령부. 이미 바로 위의 상급자가 나와의 군생활 차이가 5년이상 나는 분이었고 이미 내가 살아온 세월만큼 군생활을 하신 분도 매일 마주쳤기 때문에 이곳은 사실 막막함의 공간이었다. 사회에 있을 때 나의 모든 직함과 스펙을 내려놓고 '초임 장교'라는 타이틀로만 나를 인식할 수 있었기에, 날이 갈수록 나의 사명감은 조급함으로 변질되고 상급자의 높은 기대수준에 맞추려 나를 지나치게 혹사시킨 날도 있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났을 때 내가 평소 주말에 즐겨하던 취미조차 하지 못할 만큼의 무기력증에 빠졌고 삶의 의욕을 상실했다. 그러다 문득 책을 읽고 든 생각은 '내가 왜 지나친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지? 난 사실 아직 이만한 사람인데.'라는 깨달음이었다. 그로부터 조금 욕을 먹더라도 '네. 저는 아직 이만한 사람입니다.'라고 스스로를 되뇌며 '사람의 기대'가 아닌 '일에 대한 착실함'에 집중했다. 이만한 사람입니다라고 되뇌었던 기억엔 체념이 아니라, 발전가능성을 내포했기 때문이다. '이만한 사람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저는 더 노력할 겁니다. 다만 당신의 기대가 아닌, 제 기대수준에 맞추어 성장할 겁니다.'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 생각을 통해 나는 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쪽에서 점차 성장했고, 결과적으로 그 길이 상급자의 기대수준에도 부응하는 일이 되어 생각의 전환을 이룬 것이 참 다행이었다라고까지 생각했다. 또한 내 일을 스스로의 수준에 맞추어 하나하나 끝내다보니 '남의 기대'가 아닌 '나의 기대'에 촛점을 맞추게 되었고, 그만큼 자의식도 성장해 남의 일도 돌아볼 겨를이 생겼다. 그로부터 파생된 생각이 '내 일만하는 사람에겐 결코 내일이 없다'였다. 인상깊게 읽은 책의 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그 두 파트는 미묘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내 일만 끝내면 다 끝이지 뭐. 남의 업무까지 굳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듯 하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어떤 부분까지인가? 나는 우리가 업무를 해가면서 결코 혼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단언한다. 모든 사업은 각 부서가 연관되어 추진하고, 이를 위해선 각 부서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조율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단적으로 군생활 시기의 내 사례를 들자면, 장병의 교양 및 인성 함양을 위해 독서사업을 추진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정훈부 관련 사업이기도 하지만 인사처와도 밀접하게 관련된 사업이다. 정훈부에서 진중문고 중 해당 부대 장병에게 적합한 책을 선별하여 조치하면, 인사처에서는 행사 추진을 위해 여건을 마련하고, 예하 부대 인사과에서는 이를 위한 별도의 행사추진 계획을 수립한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행사와 업무들이 하나의 부서를 통해서 이뤄지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오히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편이 타당하다. 필요한 사람이 되는 길은 나만 잘해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고 냉철하게 분석해 의지하고 의지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나가는 길이다.
가끔은 냉철하게 현상을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사안을 조망하려는 노력이 지나치게 우리의 감성적 부분을 억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인간적인 부분 중 하나는 이성적인 판단력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이성적인 판단 없이 감정적인 부분으로만 일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결국 '좋은 사람'은 될 지 몰라도 '행복한 사람'이나 '필요한 사람'은 결코 될 수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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