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서프러제트>의 제목의 의미와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역사
사라 가브론 감독의 영화 <서프러제트(Suffragette)>는 2016년 6월 23일 개봉한 영국 영화다. '서프러제트'라는 단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영국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용어이며 영국 정치의 역사를 바꾼 단어이기도 하다. 서프러제트는 투표권, 참정권을 의미하는 'Suffrage'와 여성을 의미하는 접미사 '-tte'가 합쳐진 합성어로서, 말 그대로 '여성의 참정권 운동'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프러제트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페미니즘'의 선구적인 행위로서, 여성들의 권리 향상만을 외치는 것이 아닌 당시 뒤쳐져 있던 여성들의 인권과 기본권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해달라는 투쟁이었다.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역사는 18세기 프랑스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789년 발생해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준 프랑스 대혁명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 프랑스에서는 '올랭프 드 구주(Olympe de Gouges, 1748 ~ 1793년)'라는 여성이 프랑스 국민의회 회의장으로 들어가 여성의 참정권을 당당히 요구했다. 당시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정부를 수립하고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프랑스 국민의회의 모든 구성원이 남성이었고, 이러한 상황에 여성들의 참정권과 기본권은 철저히 배제되고 억압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올랭프 드 구주는 여성도 남성들과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줄 것이며, 여성들도 국민의회의 일원으로 받아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국민의회의 구성원들은 올랭프 드 구주와 같은 3신분이기는 했지만 이들은 상층 부르주아로서 3신분 내에서 특권의식과 계급의식에 점철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올랭프 드 구주는 국민의회에 의해 마녀로 낙인찍혀 일종의 '마녀 사냥'을 당하기 시작한다. 국민의회는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올랭프 드 구주를 '여성에 맞는, 여성의 도덕성을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비난하며 그녀를 기요틴(단두대)에 보내 참수형에 처하게 된다. 마지막 올랭프 드 구주는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연단(강연장)에도 오를 권리가 있다."고 마지막까지 주장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의 정신은 사라지지 않고 계승되어 이후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역사에 불을 지폈다. 그녀의 말은 그녀의 어록과 정신이 담긴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선언』에 반영되었다. 그녀의 저서인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선언』은 프랑스 국민의회가 만든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에 대항해서 제목을 지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즉 당시 '인간'의 범주에서 제외되어 있을만큼 강한 차별 대우를 받았던 여성들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2. 여성들의 분노, '서프러제트'의 시작
올랭프 드 구주의 정신은 20세기 영국 여성들에게 계승되어 여성 참정권 운동의 촉발을 일으켰다. 당시는 빅토리아 여왕이 다스리던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인 영국의 최전성기였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내세우는 민주주의는 돈 있는 남성들, 즉 부르주아들을 위한 것이었다. 프랑스 대혁명 시기 국민의회가 입법한 헌법도 그러했지만, 초기 참정권은 일정한 금액 이상의 세금을 낼 수 있는 '재산 있는 남성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이후 영국정부는 보수당과 자유당이 서로 경쟁하며 몇 차례 법개정을 통해 참정권을 확대해갔지만 그때마다 언제나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자는 주장은 무시되곤 했다. 모든 권력을 재력 있는 남성들이 거머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1860년대부터 존 스튜어트 밀과 같은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여성의 참정권을 꾸준히 의회에 상정하였지만 매번 좌절되었다. 참지 못한 여성들은 이제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아무 것도 이루어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영국정부의 합법이란 것은 여성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1903년,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자신의 세 딸과 함께 WSPU(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 여성사회정치연맹 혹은 여성사회정치연합)를 조직했고 서프러제트라는 명칭은 이때 형성되었다. 초기에는 평화시위를 했지만 1908년부터는 과격 시위를 선택했고 이후 많은 여성들은 수시로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풀려나기를 반복하며 시위를 이어나갔다. 1913년, 여성사회정치연맹 소속의 에밀리 데이비슨이 국왕 조지 5세가 참관하는 가운데, 그의 경마장에 뛰어들어 일인 시위를 벌이다 말이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의 처리 문제에서 여성들의 분노가 폭발하여 에밀리 데이비슨의 장례식은 거대한 시위행렬로 변했고 여성들의 참정권운동(서프러제트)은 본격화되었다. 시위는 극단화 되고 곳곳에서 남성들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던 건물들이 파괴되고 불타기 시작했다. 영국의 경찰서는 여성시위자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서프러제트는 여성 인권 운동에서 보편적인 인권을 향한 움직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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