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골든 에이지(Golden Age)>의 의미와 엘리자베스 1세의 전성기
영화 <골든 에이지>는 세자르 카푸르 감독의 주도로 2007년 11월 22일에 개봉한 영국 역사 영화다. 제목 '골든 에이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영국 절대 왕정 시대의 서막을 열었던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1, 1533~1603)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영국의 절대 왕정을 이끌었던 엘리자베스 1세와 그녀를 둘러싼 국제 정치, 그리고 국제적 이해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렇다면 영화 제목인 '절대 왕정 시대'는 무엇이고, 엘리자베스 1세의 전성기는 어땠을까?
절대 왕정 시대는 흔히 세계사에서 커다란 변곡점을 형성한 시대로서, 중세에서 근대로 나아가는 하나의 기점이 되었던 시기다. 십자군 전쟁 이후 영주(귀족)와 기사 계층이 몰락하고 교황의 힘이 바닥에 떨어지게 되면서, 오히려 국왕의 권한은 강화되기 시작했다. 중세 봉건제에 의해 기사에게 충성의 서약을 받는 대가로 기사에게 봉토를 수여했던 국왕은 기사가 십자군 전쟁에서 전사하여 더이상 충성의 서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자, 계약대로 봉토를 회수하여 자신의 왕령지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더욱이 당시 십자군 전쟁이 끝날 즈음 동서교류가 활성화된 시점을 타고 성장하기 시작한 상인들의 재정적 후원을 바탕으로 국왕의 권한은 더욱 신장되었으며, 이는 국왕의 밑에 있는 귀족과 신하들이 국왕의 권한을 감히 넘보지 못할 수준의 '절대적인 왕권'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재화를 축적한 상인은 신분 상승을 위해 국왕을 후원하고 국왕은 상인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상인을 관료로 등용함으로써 둘 간의 연대가 이루어졌고 이들의 권한은 날로 막강해졌다. 특히 '신항로 개척'으로 불리는 대항해 시대가 열리면서 국왕은 상인과 탐험가, 모험가를 후원하여 동방에 존재하는 후추, 정향 등의 향신료를 수입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였다. 특히 신항로 개척은 주변 국가에 대한 침략으로 이어져, 인도, 아메리카 대륙 등에 원래부터 살고 있던 다양한 민족과 원주민들을 핍박하는 기구들과 조직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에스파냐는 엔코미엔다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원주민을 통제했다. 엔코미엔다라는 말은 위탁, 위임이라는 뜻인데, 국왕이 식민지 정복자들에게 원주민을 말 그대로 위탁하는 제도이다. 즉 에스파냐 정복자들이 원주민을 위탁받아 그들을 보호하고 종교적으로 교육시킬 의무를 지는 대신에 그들에게 노동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인데, 이 제도는 죵교적 교화를 통한 영혼의 구제와 인디오 보호를 명분으로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노예제도의 또 다른 형태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와 교회는 원주민에 대한 가혹한 착취가 가톨릭 윤리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정복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 제도가 폐지되기는 어려워서 엔코미엔다를 통한 원주민 노동력의 착취는 식민 통치 기간 내내 지속되었다. 영국의 경우 인클로져 운동을 통해 성장한 젠트리 계층이 식민 지배에 앞장 섰으며, 그 결과 '동인도 회사'라는 조직이 만들어져 원주민들을 통제하고 막대한 경제적 수익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영화 <골든 에이지>에서 영국의 동인도 회사 경영에 관련된 부분이 등장하기도 한다. 당시 영국을 비롯해 절대 왕정 국가의 반열에 오른 대표적인 국가는 에스파냐, 프랑스,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이었는데, 이들은 대체적으로 상비군, 관료제, 중상주의라는 세 가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절대 왕권을 강화해 나갔다. 영화 <골든 에이지>에서는 대표적으로 영국의 여제 엘리자베스 1세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에스파냐의 절대주의 국왕 펠리페 2세가 등장하는데, 펠리페 2세는 영국 국교회를 강화하려는 엘리자베스 1세에 대항하여 가톨릭 국가의 군주로서 영국을 압박하고 엘리자베스 1세를 폐위시키려는 정략적 음모를 실행에 옮긴다. 특히 엘리자베스 1세와 가족 관계로 얽혀있던 메리 스튜어트를 영국의 국왕으로 옹립시키려는 음모를 계획하는데, 이를 눈치 챈 엘리자베스는 개인적인 감정을 무릅쓰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메리 스튜어트를 처형하게 된다. 메리 스튜어트 옹립 시도가 좌절되자 펠리페 2세는 본격적으로 당시 대서양 최강의 군대 '무적 함대'를 이끌고 영국을 침략하지만, 영국의 해적 출신 장군으로서 엘리자베스 1세가 기용한 프랜시스 드레이크 장군에 의해 칼레에서 무참히 패배를 당한다. 세계사에 길이 남을 5대 해전으로 기록된 '칼레 해전'은 엘리자베스 1세 통치기 엘리자베스가 진정한 골든 에이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직접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화 <골든 에이지>에서는 이처럼 엘리자베스 1세를 우상화하여 그녀가 처녀 국왕을 고집했던 이유와 그녀를 둘러싼 다차원적인 외교관계, 그리고 영국 입장에서의 승리의 역사가 반영되어 있다.
2. 영화 <골든 에이지(Golden Age)>에 숨겨진 영국의 우상화 정책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 <골든 에이지>에는 엘리자베스 1세를 우상화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1세의 대영 제국 건설 이면에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인도인의 입장에서 당시의 영국은 어떤 시선으로 보였을까? 영국이 경영했던 동인도 회사의 인도 용병 '세포이'의 항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영국의 동인도 회사 경영은 영국이 강조하는 '신사의 예절'에 맞지 않게 불법적이고 강압적이며 반인륜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들이 시행했던 다른 민족에 대한,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식민지 민족에 대한 철저한 탄압은 엘리자베스 1세를 우상화하려는 의도에 의해 은폐되었으며, 승리한 영국의 역사만 기록으로 남고 말았다. 최근에 들어서야 영국의 침략사가 공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탐구나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영화 <골든 에이지> 이면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측면까지 고려하여 영화를 시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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