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에 반영된 로마 제국 말기의 상황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는 2000년 6월 3일 개봉한 역사 영화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서양 문화의 원류라고 여겨지는 고대 로마 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당시 황제와 귀족들의 장난감이자 유흥거리로 전락한 노예 검투사들의 삶과 당시 몰락해가는 로마제국의 상황을 보여준다. 로마 제국의 역사에 대해 조명했던 영화는 많았으나, 로마 제국 신분제도의 최하층에 존재하던 검투 노예들의 삶을 다룬 영화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사람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다. 특히 러셀 크로우 등 헐리우드의 명배우들이 주연을 맡음으로써 작품성이 높아져 네이버 기준 평점 9.41이라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먼저 영화의 배경이 된 로마에 대해 살펴보겠다. 로마라는 국가는 원래 트로이 전쟁에서 탈출한 아이네이아스가 오늘날 라티움 땅에 정착하면서 라비니움을 건설했고, 약 300년 뒤 실비아의 아들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가 로마의 원형을 만들면서 왕국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왕정 말기 왕자였던 섹스티우스가 귀족 부인 루크레티아를 겁탈한 사건을 계기로 왕정을 무너뜨리누 혁명이 발생하고, 이를 계기로 원로원, 집정관, 민회가 로마의 정치를 이끌어가는 공화정이 수립된다. 하지만 포에니 전쟁 이후 귀족들의 대토지 점유 및 경영(라티푼디움)으로 평민층이 몰락하면서 공화정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카이사르에서 옥타비아누스로 이어지는 군인 정치가들이 실권을 장악하면서 로마는 사실상 황제가 다스리는 국가로 변모했다. 이에 따라 옥타비아누스에게 원로원은 '아우구스투스(존엄한 자라는 뜻)'라는 칭호를 바치며 충성을 맹세했고, 아우구스투스 이후 집권한 황제 네르바를 시작으로 5명의 현명한 황제가 황위에 오르면서 로마의 전성기(Pax Romana)가 시작된다. 이 시기를 오현제 시대라고 부르기도하는데, 이것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친자상속이 아닌 양자상속이라는 새로운 전통 덕분이었다. 5현제 시대의 마지막을 이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대가 바로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직접적 배경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외부에서 침략하는 게르만족을 방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내부적으로 나타나는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한편, 황제 스스로가 투철한 스토아 철학자로서 <명상록>이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한 현명한 군주였다. 다만 이러한 철인 황제에게도 하나의 흠이 있었으니, 그것이 친아들인 코모두스에게 황제위를 물려주고 싶은 욕심이었다. 영화에서는 코모두스가 아닌 대장군 막시무스에게 물려주고자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결국 원로원의 간곡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코모두스에게 황위를 물려주게 되고, 위대한 5현제 시대를 만들었던 양자 상속제 전통이 폐지됨으로써 로마 제국의 운명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철인 황제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코모두스는 잔인함과 흉폭함을 지닌 황제로서 콜로세움을 비롯한 경기장에서 자극적인 검투사 경기를 즐겼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짐승과 검투 노예의 싸움, 쇠사슬로 묶인 노예와 정예 로마 병사와의 싸움 등 살육전을 즐겼던 코모두스는 5현제가 발전시켜 놓은 로마 제국의 발판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결국 자신의 친위대장에게 암살된다. 그 이후 로마 제국은 로마의 부흥을 이끄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와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등장하기 전까지 군인 황제 시대를 겪게 되며, 로마 제국의 황제들이 끊임 없이 군대에 의해 옹립되는 위기를 겪게 된다.
2. 콜로세움의 역사와 실체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콜로세움은 현재까지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화재 중 하나다. 콜로세움은 로마의 재건을 위해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처음 건립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콜로세움을 세우기 위해 은화의 질을 떨어뜨려 한 때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적도 있다고 한다. 뛰어난 건축술과 수학적 사고력을 가진 로마인의 문화재답게 콜로세움은 공학적 설계를 바탕으로 건축되었으며, 로마인들의 오락 시설이자 문화 공간으로서 황제가 직접 백성들과 더불어 경기를 관람하는 곳이었다. 오늘날 월드컵 경기장의 형태 역시 콜로세움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는 노예 검투사 경기 뿐 아니라 각종 공연, 심지어는 해전 연습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콜로세움의 모든 출구를 봉쇄하고 이 곳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운 다음 해전 연습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나, 아직까지 어떤 식으로 진행을 했는지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이 콜로세움은 황제를 비롯한 지배층 입장에서는 오락 공간이었으나, 가장 밑바닥에 존재했던 검투 노예 입장에서는 끔찍한 살육의 공간이자 생존을 위한 투쟁의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작게는 수천명 많게는 수만명의 노예가 학살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기 '로마의 부흥'을 내세워 아돌프 히틀러와 함께 공포 정치를 자행했던 무솔리니가 콜로세움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감안한다면 콜로세움은 빛나는 이탈리아의 문화재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모든 역사적 장소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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