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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말모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 영화 줄거리 및 역사적 배경

by 동쌤의 소셜머니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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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말모이> 줄거리

영화 <말모이>는 2019년 1월 9일에 개봉한 한국 역사 영화다.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기 때문에, 영화 <말모이>외에도 영화 <항거>, 영화 <봉오동 전투> 등 수많은 역사 영화가 개봉했다. 그 중에도 영화 <말모이>는 우리나라 '조선어 학회 사건'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하면서도, 대한민국 사람들의 정체성을 담은 '말'이라는 부분에 집중해 영화를 이끌어간다. 말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자, 언어는 소통을 전제하는 관계의 시작이다. 영화 <말모이>는 이러한 생각을 실제 역사적 사건을 활용하여 나타냈다. 1942년, 실제로 존재했던 '조선어학회 사건'을 주제로 스토리를 엮고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말과 글'이라는 감정적 어휘들을 소재로 하다보니 뻔한 이야기가 그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토리의 뻔함을 감수하고도 영화 <말모이>는 볼 필요성이 있다.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는 교훈적 의미도 있겠지만 영화에서 다루어내는 '민족주의(民族主義)'담론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꽤 궁금했기 때문이다. 영화 <말모이>의 줄거리는 1940년대 일본의 조선어 사용 금지 정책과 일본어 사용 강제 정책으로 인해 조선어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판수'는 하필이면 면접을 보러 간 장소에서 가방 주인인 '정환'을 마주하게 된다. 정환은 조선어 학회 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전을 만드는데 전과자에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인 '판수'를 처음에 정환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나, 판수를 반기는 회원들에 밀려 정환은 읽고 쓰기를 연습하는 조건으로 판수를 받아들인다. 돈도 안되는 말을 왜 정리하는지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던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정환 또한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에 눈뜨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바짝 조여오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말모이’를 끝내야 하는 상황에서 '조선어 학회'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영화-말모이-역사 배경 영화-일제강점기 영화-사진

2. 역사적 배경

역사적 담론을 소재로 다룬 한국 영화의 특징을 2가지 꼽아보라면, '신파(新派)'와 '민족주의'를 제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요소는 일제강점기 역사를 그려내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표출되는 경향을 보인다. 호불호와 시비를 떠나, 일제강점기 역사를 한국인의 입장에서 조명하다보니, 감독의 입장에서는 넣을 수밖에 없는 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하다. 신파는 통속적인 소재를 통해 관객의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묵혀왔던 오랜 개인적·사회적 울분의 통로를 열고, 민족주의는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역사의 교훈이라는 의미로 관객의 시야와 마음을 빼앗는다. 이 두 요소를 적절히 배합해 활용한다면, 영화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고 한국 영화사(映畵史)에 잊을 만하면 언급되는 영화(榮華)를 누릴 자격도 주어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화 <명량>, <암살>, <밀정>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 두 요소가 도를 넘거나 애매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면 졸작(拙作)으로 치부되어 버리거나, 전반적으로 혹평을 받아야만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화 <덕혜옹주>, <군함도>를 꼽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말모이>는 이러한 패턴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신파는 실패하였다고 판단됨에도, 민족주의 담론을 인물의 구체적인 말과 행동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말모이> 속 신파의 실체는 '다소 과장된 조선말에 대한 애끓음'이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가슴 한 쪽이 서릿발 속에 서 있는 것처럼 아려오는 '조선말'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푸른하늘 은하수'노래를 통해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관객을 지치게 만든다. 영화 속 어린 순희가 처음 불렀던 '푸른하늘 은하수' 노래로 애끓음은 이미 충분히 관객에게 전달된 상태다. 하지만 판수의 입으로, 또 덕진의 입으로 지속적으로 노래가 싱크됨으로써 관객의 몰입을 반감시킨다. 심지어 이 장면에서 나는 영화 <덕혜옹주>에서 나라 잃은 백성들이 불렀던 '악몽의'- 영화적으로는 악몽을 불러왔던 - 아리랑이 오마주된 것처럼 느껴졌다.

영화를 단편적으로만 본다면, 여기서 '에라이, 또 과장된 신파극이네. 말과 글을 잘 지키자! 끝.'이라고 혹평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민족주의 담론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기존의 민족담론을 유지하되 새로운 차원의 의미로 진행시킨다. 즉, A + B = C 형의 헤겔의 변증법적 논리로 민족담론을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기존의 민족담론은 사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 ~ 1975)가 제시했던 '전체주의(全體主義)'와 비슷한 의미로 왜곡되거나, 협소한 인종주의와 혈연주의에 기반한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영화 <말모이>에서도 '말과 글은 곧 민족의 정신이요, 말과 글이 살아야만 민족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라는 굳건한 아우성을 통해 민족 생존의 수단으로서의 말과 글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말모이는 기존의 민족담론을 조선어학회 대표인 류정한의 입으로, 김판수의 행동으로, 김순희의 재잘거림으로 순화하고 변화시킨다. 이들에게 '민족'은, 주변 인물의 언행 사례와 결합함으로써 국지적인 차원을 넘어 포괄적인 '인본주의'로 확대된다. 그렇게 탄생한 <조선말 큰사전>은 사실 <사람들의 마음과 뜻을 모아만든 영혼의 활자들>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회영 선생의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까지는 나아가지 못하지만, 이미 그들이 내세우는 '민족'에는 당시의 잃어버린 조선 동포들을 포함해 '폭압적 행태 아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스며들어 있다. 이 정신은 '한 사람의 열 발자국 보다 열 사람의 한 발자국이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영화 속 대사에서도 분명히 제시된다.

사실 영화 속 민족담론이 한국적 민족주의를 넘어 포괄적인 의미를 띤다는 나의 해석이 다소 과장되어 있다는 혹평을 반대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외국에서는 나의 나라, 나의 가족, 나의 이웃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 나라, 우리 가족, 우리 이웃이라고 하잖아요. 그게 우리 민족정신이에요."라고 말하는 구자영 선생의 말 등을 통해서도 민족담론은 조선이라는 지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하다. 하지만 영화 내부에서 단 한번도 '조선 사람', '조선인'이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과 동료를 칭할 때 '동지'라는 말을 사용하고 강요된 애국심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단 이는 '조선을 위한 소나타'나 '조선을 위한 발라드'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소재가 우리말일 뿐이어서 그렇지, 영화 <말모이>는 3.1운동이 영향을 주어 일어났던 인도의 샤타그라하 운동, 중국의 5.4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 '억압에 대한 인본주의적 항거(抗拒)'라는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적으로 눈여겨 볼만한 소재와 배치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윤계상 배우가 열연한 '류정한'이라는 캐릭터의 위치다. 역사적 사실 속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극로 선생의 아버지는 친일파도, 고위관료도 아닌 일반 농민이었다. 그런데 엄유나 감독은 왜 류정한의 아버지를 친일파로 변절한 조선인으로 그려냈을까?

주관적인 생각으로 판단해보건대, 아마도 당대를 살아갔던 조선인의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드러내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버지는 학생들을 가르치던 조선어 교사였으나 자신의 모든 지위와 명예를 버리고 친일파로 변절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그 친일파의 아들이면서도 독립운동 단체의 대표다. 류정한의 심정을 영화 중에 드러난 것 이상으로 세심하게 짚어냈다면 주제를 드러내는 데도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다만 이러한 설정은 일본 제국주의 치하에서 살아가야 했던 민족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장치가 된다고 여겨진다. 누군가는 친일을 했고, 누군가는 독립운동을 했으며, 누군가는 그저 끌려다니기에 바빴을 그 시대. 특정 인물을 모델로 삼았다기 보다는 그 당시의 민중을 대변하는 것이 류완택이라는 캐릭터와 류정한이라는 캐릭터가 아닐까. 물론 류정한이라는 캐릭터는 민중보다는 이극로 선생을 대변하는 성격이 더 크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말모이-명장면-역사 배경 영화-사진

3. 총평

영화 <말모이>는 앞서 제시한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네이버 기준 평점 9.19라는 엄청나게 높은 평점을 받았다. 조선광문회, 조선어연구회, 조선어학회 등 우리말을 보존하고 살려내려고 했던 단체를 비롯해 많은 독립운동 단체와 그 저편에 친일단체들이 산재하는 가운데 특정 단체에 속했던 개인들은 '선택'을 통해 특정한 역사에 속하게 됐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선택을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 선택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무적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상황이 어떠하였든, 우리는 이미 선택받은 상황 외에 남겨진 선택을 통해 그로 인해 초래되는 잠정적 결과를 떠안은 채 살아가야 한다. 영화 <말모이>의 등장인물들이 그랬듯이, 부디 내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지혜로운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설사 지혜롭지 못한 선택을 했더라도 그 책임을 온전히 감당함으로써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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