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열>에 담긴 독특한 세계관, 역사적 배경을 알아보자!

1. 영화 <박열>의 세계관

영화 <박열>이 개봉하기 전, 이미 박열은 나의 뇌리에서 생각보다 오래 존재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여느 아나키스트보다도 강렬하고 독단적이었던 그는 조선의 독립보다는 가깝게는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과, 멀게는 권력의 속박에서 벗어나 만인이 평등하게 사는 이상향을 꿈꾸었다. 나에게 본래 박열은, 영화 포스터의 붉은색 갈필보다 더 날렵하고 강인한, 개성적인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다. 영화 <박열>은 보통의 역사영화처럼 실제 이야기(사실)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지만, 등장인물이 모두 실존인물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색채를 보여준다. 보통 역사적 재구성에서는 허구적 인물이 추가되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박열이라는 인물이 세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했던 행적들과 그가 맺었던 다양한 인간관계를 그의 사상과 함께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실존인물들의 등장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선의 개새끼로소이다'라는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듯 박열은 일본 제국주의가 맘대로 다루기에 녹록치 않은 인물이었다. 적어도 박열은 쉽게 이용당하지 않을 만큼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담대함과 모종의 경륜을 가지고 있었고, 그 역시 손쉽게 이용당하지 않으려고 갖은 방법을 강구했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가 내세우는 '문명국'으로서의 지위를 역이용하여 함부로 자신을 대하지 않도록 노력했으며, 조선민중을 대표하여 피고인으로서의 합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가 매우 영리한 아나키스트이자 독립운동가라는 점은 대부분 이 부분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2. 역사적 배경 및 총평

박열이 원활하게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사상적 조력자이자 죽음까지도 함께하려고 했던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만큼, 아니 박열보다 더한 아나키스트였다. 그녀가 일본인임에도(사실은 반 조선인이다) 일본 제국주의를 향해, 더 나아가 온갖 부정적 권력에 대해 눈을 돌렸던 것은 그녀의 열악한 성장배경과 만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박열과 만나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동시에 박열을 한층 성숙한 아나키스트로 무장시켜준다. 그녀의 말 속에서 아나키스트(Anarchist)는 단지 '무정부주의'라는 단편적인 말이아닌 인간을 구속하는 모든 권력에 반대하는 사상으로서 자리잡는다. 그리고 그녀는 끝까지 자신의 연인과, 자신의 사상을 지키며 산화한다. 나중에 수정보완을 하겠지만, 이번 영화 전반적으로 박열과 그의 사람들, 특히 후미코의 감정변화와 당시 정세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기존의 한국 역사 영화의 다소 진부한 틀은 벗어나지 못했지만 역사적 감정이입을 효과적으로 성공시킨 특이한 사례로 볼 수 있겠다. 마지막 영화 평은 후미코의 말로 정리하고 싶다. 박열과 그녀의 세계관, 인지구조를 제대로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단순히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지않는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면
비록 그것이 죽음을 향한 것이라고해도 그것은 삶에 대한 부정이아니다. 긍정이다.